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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동감"을 잇는 새로운 소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2023. 5. 4. 16:00

     

    제 8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시공간을 넘나드는 뻔한 스토리를 감동적인 결말로 잘 끌어낸 소설

    가족을 잃은 마음을 위로하는 글

     

     

    시공간을 넘나드는 뻔한 이야기는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로 수없이 만들어졌지요. 얼마 전 영화 "동감" (2022) 이 리메이크 되어 영화로 개봉했습니다. 그 리메이크 영화를 보고 적잖이 실망한 탓에 '역시 원작을 뛰어넘기 힘들구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읽게 된 책이 이꽃님 작가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라는 소설입니다. 처음에 읽을 때는 '뭐야? 또 시공간 넘나드는 뻔한 이야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이꽃님 작가는 다르더라고요. 뻔한 스토리를 뻔하지 않게 엮는 구성력과 예측하지 못한 결말로 끌어내는 서사의 힘, 뒤늦게 밀려오는 감동이 좋았습니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들은 청소년에 국한된 연령이 아닌 전연령층이 읽어도 좋아할 소설이지요. 영화에서 실망하신 분들이라면 더욱 추천하는 책입니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표지
    소장용 책

     

     

     

     

     

    목차

     

    1. 나에게

    2. 이상한 언니에게

    3. 초딩에게

    4. 다시 초딩에게

    5. 언니에게

    6. 과거에 사는 아이에게

    7. 다시 과거에 사는 아이에게

    8. 끔찍한 언니에게

    9. 행운을 잡은 너에게

    10. 믿기지 않는 곳에 있는 언니에게

    11. 엄청난 일을 겪고 있는 너에게

    12. 미래의 아이에게

    13. 창피해하고 있을 친구에게

    14. 엄청난 일을 해 줄 동생에게

    15. 과거의 너에게

    16. 은유에게

    17. 과거에게

    18. 미래의 은유에게

    19. 이름 똑같은 '언니'에게

    20. 고통과 시련을 준 은유에게

    21. 정말정말 미안한 언니에게

    22. 굳게 믿는 동생에게

    23.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을 언니에게

    24. 미래의 동생에게

    25. 고마운 언니에게

    26. 잘하고 있는 동생에게

    27. 과거의 언니에게

    28. 불쌍한 동생에게

    29. 일백 퍼센트 믿는 언니에게

    30. 날 걱정해 주는 고마운 동생에게

    31. 또 미래 동생에게

    32. 행복해하고 있을 언니에게

    33. 은유에게

    34. 우리 귀염둥이 은유에게

    35. 이모 아닌 언니에게

    36. 여전히 내 동생인 은유에게

    37. 여전히 궁금해하고 있을 언니에게

    38. 미래의 동생에게

    39. 언니에게

    40. 딸에게

    41. 보내지 못한 편지- 은유에게

     

     

     

     

     

    줄거리

     

     

     

    34년의 시간을 거슬러 시공간을 잇는 기적

    2016년의 은유와 1982년의 은유가 주고받은 편지와 인연의 끈 

     

     

    2016년 15살의 은유는 아빠의 성화에 못 이겨 느리게 가는 편지함(1년 뒤 도착)에 넣을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은유는 요즘 재혼을 앞두고 갑자기 자신에게 잘해주려고 하는 아빠의 '다정한 아빠 코스프레'에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15년을 엄마 없이 살았는데 갑작스럽게 재혼한다는 아빠를 이해할 수 없고,  새엄마가 될 '그 여자'도 껄끄럽습니다. 더군다나 은유는 지금까지 엄마에 대해서는 눈꼽만큼도 들은 바도, 아는 바도 없으니 더 심란합니다. 그런 어수선한 마음으로 1년 뒤 집을 떠난다는 계획을 적은 편지를 자신에게 남깁니다.

     

    그런데 느리게 가는 편지함에 넣은 은유의 편지가 34년의 시간을 거슬러 1982년 10살의 또 다른 은유에게 도착합니다. 신조어가 가득한 2016년의 은유의 편지를 받고 미친 사람 혹은 간첩이라고 의심한 10살의 은유는 자신과 이름이 같아 궁금하다는 이유로 답장을 보냅니다. 2016년 중학생 현재의 은유와 1982년 초등학생 과거의 은유는 서로의 편지를 통해 장난을 멈추라며 화를 내며 오해합니다. 그렇게 삐걱거림으로 시작된 둘의 관계는 ‘행운의 동전’을 시작으로 오해를 풀고 편지로 고민과 비밀을 터놓으며 사이좋은 언니, 동생 사이로 발전합니다. 

     

    현재와 과거에 각각 존재하는 두 은유는 각자의 시간을 이용해 서로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로 약속합니다. 현재의 은유는 언니와 비교당하며 속상해하는 과거 은유의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주는 일을 하고, 과거의 은유는 현재의 은유 엄마에 대한 정보를 찾아주기로 합니다. 단 현재의 1~2주가 과거의 1~2년이라는 시차를 겪으며 과거의 은유는 초등학생 10살 동생으로 시작해 언니, 이모로 호칭이 바뀌어 갑니다. 얼굴도 본 적이 없는 두 은유는 호칭, 시대를 초월한 우정을 나누며 은유의 엄마 찾기를 이어갑니다.

     

    두 사람의 편지는 현재의 은유가 태어난 2002년 이후로도 계속됩니다. 어른이 된 과거의 은유는 마침내 은유의 아버지인 송현철과 지금의 새엄마가 될 다정 씨를 만나게 되고, 조금씩 인연의 끈을 이어갑니다. 과거 은유의 편지를 토대로 엄마에 대해 점점 알아가는 현재의 은유는 과거 은유의 편지가 점점 흐릿해지는 걸 발견하게됩니다.

     

     

    언니. 요즘은 어쩐지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언니 편지가 조금씩 더 늦게 도착할 때마다, 언니가 보낸 편지가 조금씩 흐릿해질 때마다 자꾸만 불안해져.
    이번에 온 편지는 지우개로 박박 지워 놓은 것처럼 흐릿했어. 편지를 읽으려면 한참을 들여다봐야 할 정도로.
    언니가 사는 세계와 내가 사는 세계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데 어째서 편지는 점점 더 희미해지는 걸까.
    언니 아직 거기 있는 거지?
    - 2017년 은유의 편지 중에서

     

     

     

    2년만 지나면 두 은유의 세계가 같아지는 2017년. 현재의 은유는 드디어 1년 전 아빠가 보냈던 느리게 가는 우체통 편지로 엄마의 존재와 은유 출생의 비밀, 엄마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됩니다. 궁금했던 모든 것들의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 엄마의 유품인 다이어리 속에서 보내지 못한 마지막 편지로 두 은유는 하나의 세계로 이어집니다.

     

     

     

    엄마는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아주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 편지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2002년 11월 16일 아주 따뜻한 곳에서 엄마가

     

     

     

     

    책 속의 문장들

     

     

    어쩌면 가족이라는 존재는 더 많이, 더 자주 이해해야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지. (p.137)

     

    내가 여태까지 알지 못했던 커다란 세계가 쿵쿵대며 다가오는 것 같아.
    나는 지금 온 세계를 기다리고 있어. 세계가 나를 향해 걸어오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세상이 온통 뒤죽박죽된 것 같아. 모든 게 뒤엉켜 버려서 어디서부터 무엇을 찾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언니. 그래도 언니만은 그대로인 거지? (p.185)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이어져 있는 걸까?
    우린 분명 모르는 사이였는데, 언니가 우리 아빠를 찾다 보니까 어느새 언니랑 아빠는 절친이 되어 있잖아.
    그러게 내 세계에 언니가 완벽하게 들어온 거지. (p.200)

     

     

     

     

    감상평

     

     

    "언니, 아직 거기 있는 거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슬픔을 참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아파하고, 슬퍼하고, 울어야 하는 "애도(哀悼)"입니다. 사람이 죽은 후 애도 기간을 갖는 것은 그다음의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당연한 치유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목도하지 못한 엄마의 죽음에 관해 전혀 알지 못한 현재의 은유는 과거의 은유를 통해 엄마의 흔적을 찾아갑니다. 어떻게 이별해야 하는지 몰랐던 아빠의 부재(不在) 속에서 은유는 혼자 성장합니다. 알아야 하는 것을 모른 채로 살아가는 것, 알고 싶은 것을 차마 물을 수 없는 그 답답함을 누구에게도 토로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은유를 만나게 됩니다. 

     

    "언니, 아직 거기 있는 거지?". 반복되는 은유의 이 말이 내내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은유는 혼자 수없이 "아빠, 거기 있는 거지?"라고 물었을 것입니다. 돌아오지 않는 답을 기다리고 체념하는 어린 마음이 아립니다. 딸에게 차마 사실을 말하지 못해 내내 뒤돌아 허둥거렸을 은유의 아빠도 안쓰럽습니다. 열 달을 품에 키우며 자신의 목숨과 바꿔야 했던 은유 엄마의 마음은 감히 헤아려지지 않습니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은유도 딸이 처음이라,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 서툰 가족에게 스며든 이별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서둘러 겪은 이별은 은유를 이만큼 자라게 했고, 뒤늦게 마주한 이별은 또 얼마나 은유를 아프게 할지 벌써 걱정입니다. 아빠를 이해한 것처럼 엄마를 이해할 수 있기를, 세계를 건너온 엄마의 마지막 바람처럼 잘 치유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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