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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휴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쉼,이 되는 소설책 2023. 4. 22. 15:00
출간 즉시 전자책 TOP 10에 오른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은 펀딩 시스템을 통해 종이책으로 출간된 베스트셀러입니다. 출판사의 홍보에 속거나 제목에 현혹되어 구매했다가 낭패를 몇 번 겪은 이후로는 베스트셀러라고 무조건 읽어 보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데요. 코로나 이후 팬층을 확보한 검증된 책들이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펀딩 시스템으로 출판문화가 변화되면서 좋은 책을 선별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역시 이러한 트렌드에 맞아떨어진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입니다. 休 (쉴 휴, 따뜻하게 할 휴) 를 연상시키는 소설의 제목처럼 읽고 나면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소설 장르가 개인의 경험과 감상에 따라 매우 다르게 읽히기 때문에 매우 좋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따뜻하고 여유로운 차를 마시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고 즐길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알라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봄꽃 에디션) (aladin.co.kr)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20만 부 기념 한정판 봄꽃 에디션이 출간되었습니다. 늦가을의 지난 표지와 달리 봄꽃 에디션은 계절에 맞게 더 화사하고 예쁜 표지입니다. 요즘은 베스트셀러들이 계절에 맞는 한정판을 출간하고 있어서 책 소장욕이 강한 독자들은 고민이 되겠어요. 저도 책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한정판 구매욕에 불을 댕기네요.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이전 표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에 입장한 후 한 장 한 장 숨을 고르듯 천천히 읽어 내려갔습니다. 왠지 휴남동 서점은 ‘천천히’라는 속도가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이 책의 주인공 영주가 너랑 너무 비슷하다'고 해서 더욱 신중하게 읽어 내려갔던 것 같아요. 많은 생각을 안고 살아가는 것과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방식, 관계 맺기에 서툰 사람인 것도, 혼자의 시간이 꼭 필요하고, 최소한의 사람만 마음 안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까지 참 많이 비슷했습니다. 읽는 내내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도 영주, 여서 가능했습니다.
- 제 문제에 깊이 함몰돼 있는 사람은 제아무리 이타적인 사람일지라도 결국 타인에게 무심해질 수밖에 없다. (p.113)
- 사실 말을 하지 않을 뿐 영주는 하루 종일 생각하고, 느낀다. 생각하고 느낀 걸 표현하고 싶을 땐 말을 하는 대신 글을 쓴다. (p. 157)
과거의 어린 나는 드라마<나의 해방일지>의 염미정이고, 지금의 나는 휴남동 서점 주인인 영주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염미정이 도시 어느 골목에 서점을 열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혼자 잠시 생각했어요. ‘책’이 없으면 생계가 불가능하고, ‘책’이 없으면 숨통이 트이지 않는 사람. 영주의 삶을 가까이 지켜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역시 서점 운영은 어려운 사업이라는 현실적인 자각도 들었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서점 카페를 꼭 해보고 싶다는 꿈도 품어봅니다. 꿈은 맥락 없이 품는 것 자체로도 기분이 좋으니까요.
작가가 언급한 <카모메 식당>이란 영화 참 좋죠. 영상을 즐겨보지 않는데 <심야식당>과 <바그다드 카페>란 영화는 소장하고 리플레이하며 가끔 돌려봅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며. 이 영화의 분위기를 서점으로 가져간다면 휴남동 서점이 되지 않을까요. 늘 동경하는 삶을 소설 통째로 옮겨와서 읽는 내내 작가에게 고마웠습니다. 같은 호흡과 맥박을 가진 사람들만 나오니까 어찌나 편하던지요. 원래 “더딘 속도”가 맞는 나에게는 물결 같은 이 잔잔함이 편해서 좋았습니다. 가독성 있게 훅 읽고 지나가는 책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바리스타 민준이 내려주는 커피를 음미하며 마시듯 아주 천천히 문장을 곱씹었습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삶에서 조금씩 뒤로 물러나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며 하나씩 정리를 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가르침이나 조언받기보다는 감정을 공감하고 기분을 위로받습니다. 시간을 두고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는 과정이 꼭 우리의 인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해. 마음이 울 땐 울어야 한다고. 참다보면 더디게 나 아.” (p.16)
민준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결국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을. (p.84)
우린 다 어긋나 있어서 서로 무딪치다 보면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거라고. 그렇다는 건 너도 보통 사람이라는 거잖아.” (p.103)
우리의 삶을 이끄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우리의 선택인 것이 아닐까. (p.123)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사는 삶보단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게 더 맞지 않을까. (p.133)「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 고민을 하게 될 거라는 거요. 나는 어떤 일을 하면서 고민을 할 것인가. (p.249)
우리의 키팅 선생님이 말씀하셨죠. 너만의 걸음을 찾아. 너만의 보폭, 속도, 방향. 네가 원하는 대로!” (p.280)
인생의 과정 중 나는 어디쯤에서 어긋나고, 어디쯤에서 다른 삶을 살고 있나, 지금은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나 가늠해 보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단 한 번의 삶이고 누구나 처음 겪어보는 삶이라서 그렇다는데, 때로는 이렇게 고단하고 처절해도 되나 싶어서 억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과거에 얽매이는 건 그만하려고 합니다. 어느 날 웅크리고 있는 내가 ‘무지 꼴 보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책 속 누구도 그렇게 웅크리고 혼자인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 어느 책이든 자기에게 어울리는 자리가 있다고 믿고, 그 자리를 잘 찾아주는 게 영주의 몫이라고 생각해서다. 책을 들여놓을 땐 어쩔 수 없이 공평하 지 않지만, 들여놓은 책은 공평하게 팔고 싶다. (p.120)
작가가 말했지요. “내 삶을 바라보는 기준이 내 안에 있으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p.363)”.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춘다면 나는 늘 불안하고 불완전해 보이겠지만 내 기준으로 보니 내게는 다른 사람과 다른 특별한 조건이 있어서 다른 사람은 꿈꾸지 못하는 걸 꿈꿔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나는 남들보다는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몇 문장을 같이 읽은 딸이 하나 알려주더라고요. 위 문장(p.120)의 책을 ‘사람’으로, 자리를 ‘지위’라는 말로 대체하면 서술어는 ‘주목받는다’가 될 것이라고요. 나의 파랑새가 해준 말에 힘이 났습니다.
어렴풋이 남은 인생의 윤곽을 그려가는 중입니다.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자리를 찾고,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휴남동 서점의 영주처럼 노력해야 겠습니다. 머리 싸매고 문장과 씨름하겠지만 그것만이 나의 길이라고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집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에 입장하면 잘 들어주는 서점 주인 영주가 있습니다. 가끔 서점에 들러 쉼을 공유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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