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산문집 (feat.잘 어울리는 넥스트 음악)
    2023. 4. 10. 00:06

     

     

     

    황현산 선생님의 책을 읽은 건 몇 해 전 입니다.

    늘 소설 읽기에 매진하던 내가 본격적으로 인문학 책을 읽기 시작한 그 계기가 됐던 책입니다. 

    인문학 책들이 쏟아진 시기였고, 코로나가 급속하게 전파되기 전으로 기억합니다.  

     

    변화를 바라던 그때의 내가 이 책에서 무언의 답을 찾았습니다.

    어쩌면 무언의 힘이라고 해야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혹시 마음안에 맴돌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면 이 책 같이 읽어요. 

     

     

     

     

     

    출처  : 소장용 책

     

     

     

     

    사회를 향한 날선 비판이 아닌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책,  "밤이 선생이다".

     

    "밤이 선생이다" 는

    낮에는 잊었던 것들, 환한 곳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어둠이 깃들어야 비로소 그때 보이고 얻어지는 것을 말한다. 

    빛에 묻힌 달이 보이지 않듯,

    낮달을 제대로 보려면 어둠이 찾아와야 하듯이.

    거기 있지만 잡히지 않는 것, 그곳에 있어야 하지만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쳐 버린 것.

    너무 당연시 여겨지는 것.

    과정은 없고 결과만 보여지는 시대, 그 저변에 깔린 역사, 시간, 세계, 그리고 문학......

     

    작가는 시간의 무게에 무게중심을 싣으며 가려져 있던 시야를, 다른 방향의 시선을 보게 한다. 

    잊고 있는 세대에세는 과거를, 모르는 세대에게는 다른 미래를 확장시킨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p.12)

     

     

     

    자유롭게 주어지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어디서 뻗을지 모르는 개인들과 사회와 세계

    그 속에서 길을 잃은 자들에게 착취당한 역사와 상처뿐인 과거는 더 이상 영광이 아니다. 

     

     

     

    과거의 상처는 너무 악착스럽고, 미래에의 걱정은 갈수록 두터워질 뿐이다. (-42p.)

     

     

     

    그 기저에는 인식하지 않으려는 어둠과 두려움을 배제할 수 없으리라. 

    인정하고, 인식하고, 뛰어넘어야 비로소 손에 잡히는 것들, 그 가치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래서 젊은 시인은, 작가를 비롯한 어떤 이들은 글을 쓴다. 

     

     

     

    그의 용기는 당신이 한순간이라도 꿈꾸었던 세계가 허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로 결심한 사람의 용기이다. (-39p.)
    이 세상에는 그가 이제까지 이루려 했던 일의 가치보다 비교할 수도 없이 더 높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안다. 
    서정주가 그렇게 시인이 되었고 김수영이 그렇게 시인이 되었다. 
    그의 시는 이 모욕 속에서, 이 비루함 속에서 이렇게밖에 살수 없다고 생각하려던 사람들을 다시 고쳐 생각하게 한다. (-38p.)

     

     

     

    가슴 속에 있는 무언가를 우리는 두려워한다. 

    빛의 그림자 그 속에 움크린 자아를, 그 이면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없는 자들이 보는 세상엔 아득한 어둠 뿐이다. 

     

     

     

    이 유례없는 경쟁사회에서 우리는 조금씩 지쳐 있다. 
    그렇더라도 마음이 무거워져야 할 때 그 무거운 마음을 나누어 짊어지는 것도 우리의 의무다. (-54p.)
    판단하고 선택하기 전에 모든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가려놓은 채, 생명에 삽질을 하고 시멘트를 발라 둑을 쌓아둔다면, 거기 고이는 것은 창조하는 자의 사랑이 아니라 굴종하는 자의 증오일 것이다. (-100p.)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그 세계.

    어둠을 직시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무의식적인 사고와 의식적인 현실의 결과물이 만들어 낸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무엇. 

    그 가치를 인정할 때 비로소 세계는 눈을 뜨는 게 아닐까?

    그것을 찾기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시간을 저축해 만들어 내는 삶, 온전히 나를 나이게 하는 그 무수한 밤들.

    이 밤들이 내가 되고 세계가 되고 역사가 될 것임을 믿게 되는 오늘을 살아낸다. 

     

    내일 밤엔 나는 또 다른 선생과 마주하고 앉아있을 것이다. 

     

     

     

    사실은 공허하게, 움직일 수 없이 거기 있기에 다른 것이 된다고 말할 수 있는 힘 (-163p.)   

     

     

     

     

     

     


     

     

     

     

    황현산

    | 출생 - 사망 | 1945 ~ 2018.8.8 | |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서울 정릉 자택 서재는 온통 책으로 둘러싸인 동굴 같은 곳이다. 황씨는 자신의 서재를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늘 그 안에 갇혀 살아야하니 그

    terms.naver.com

    출처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4295821&cid=59013&categoryId=59013

     


     

     

     

     

    "밤이 선생이다" 를 읽으면서 듣고 싶은 음악이 있었어요. 

    바로 NEXT 의 "불멸에 관하여"

    노트에 수업이 적고 적었던 가사인데 지금도 읽고 나면 먹먹함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곡이고 "공허함" 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리플레이 했던 곡이에요.

    이 책을 읽고도 한동안 들었네요.  

     

     

     

     

    출처 : The Ocean : 불멸에 관하여 VIBE(바이브) (naver.com)

     

     

     

    바다 검푸른 물결 너머로 새는 날개를 펴고
    바다 차가운 파도 거픔은 나를 깨우려 하네
    슬픔도 기쁨도 좌절도 거친 욕망들도
    저 바다가 마르기 전에 사라져 갈텐데
    그대여 꿈을 꾸는가 너를 모두 불태울 힘든 꿈을
    기나긴 고독 속에서 홀로 영원하기를 바라는가
    사라져가야 한다면 사라질 뿐 두려움 없이
    처음 아무런 선택도 없이 그저 왔을 뿐이니
    이제 그 언제가 끝인지도 나의 것은 아니리
    시간은 이렇게 조금씩 빨리 흐르지만
    나의 시간들을 뒤돌아 보면 후회는 없으니
    그대 불멸을 꿈꾸는 자여 시작은 있었으나
    끝은 없으라 말하는가 왜 왜 너의 공허는
    채워져야만 한다고 생각하는가
    처음부터 그것은 텅 빈 채로 완성되어 있었다

    - The Ocean: 불멸에 관하여 (N.XE.T , 1994년) 

    댓글

Designed by Tistory.